겨울 방학 내내 ChatGPT로 소란스러웠다. 이것으로 코딩도 하고, AI 이미지 제작에도 활용하고, 학습에도 쓴다고 말이지. 나는 미래형 교과서에 에듀테크를 활용하도록 하는 사업에 응모해, 계획서를 작성해야했기 때문에 당연히 ChatGPT를 활용한 영어수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고, 함께 1학년 수업을 들어가는 샘과 수행평가 방향을 정했다. 사업이 확정되기 전에 평가계획서를 작성해 1학기 수업을 운영해야하니, 이번엔 보류하더라도 2학기엔 써보기로.
그리고 3월이 되어 한창 바쁘게 수업준비를 하던 어느날, 공문이 왔다. 미래형교과서 사업 확정. 오예. 나는 얼마 뒤에 조금 시간이 난 틈을 타, ChatGPT에 가입을 하고 성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ChatGPT 프리미엄 버전으로 유료구매까지 하려 했으나, 조금 귀찮은 점이 있다. 외국 사이트에 월 구독 결재를 12월말까지 걸어두어야 하는데, 나중에 구독 해지할 때 문제도 생길 것 같고 행정실 직원분께 예산 집행을 해달라고 하기도 난감. 꼭 프리미엄 결재를 해야할 것 같진 않았다. BingChat이라는, 다른 사이트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그대로 ChatGPT를 써보기로 했다. 영어 독해 지문을 가지고...
make me some good titles or headlines for : 좋은 제목을 만들어줘
Watching whales is a popular tourist activity in places where groups of killer whales live. Every day, dozens of boats filled with tourists go to watch the beautiful whales. Unfortunately, the engines of the boats make a lot of noise, and that may be causing problems for the whales. The whales travel in groups and communicate with each other through sonic calls. It is apparent that the whales are having trouble communicating hunting or breeding information because of this whale-watching noise. If this tourism continues, the world’s whale population could be in danger.
라고 해보자,
ChatGPT
"Whale-Watching Noise Threatens Communication and Survival of Killer Whales"
"The Hidden Cost of Whale Tourism: How Noise Pollution Impacts Whales' Vital Communication"
"Sonic Disruption: The Troubling Consequence of Whale-Watching Boats on Killer Whale Communities"
"Silencing the Threat: Protecting Whales from the Noise Pollution of Whale-Watching Tours"
"The Dark Side of Whale Watching: Are Tourists Endangering the World's Whale Population?"
"Whale Tourism's Unintended Consequence: Impaired Whale Communication and Potential Population Decline"
"Whales' SOS: How Tourist Boats' Noise Jeopardizes the Future of Killer Whales"
"Preserving the Symphony of the Seas: Mitigating the Impact of Whale-Watching Noise on Marine Life"
"The Sound of Silence: Preserving Whales' Communication in the Face of Tourist Activities"
"Whale-Watching Dilemma: Balancing Tourism and Conservation for the Survival of Whales“
허얼...나는 이것을 번역해보라고 했다. ChatGPT는 한글번역 모듈이 있지만,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교육 목적으로 쓴다면 한글이 아니라 파파고를 돌려서라도 영어로 문답을 하는 것이 좋다.
translate those titles in korean : 제목을 우리말로도 번역해줘
ChatGPT
"고래 관광 소음이 킬러 고래의 의사소통과 생존을 위협합니다."
"고래 관광의 숨겨진 비용: 소음 오염이 고래의 중요한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소닉 방해: 고래 관광 배의 소음이 킬러 고래 군집에 미치는 문제점"
"위협을 침묵시키다: 고래 관광 배의 소음 오염으로부터 고래 보호하기"
"고래 관광의 어두운 면: 세계 고래 인구에 위험을 끼치고 있을까요?"
"고래 관광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소음으로 인한 고래 의사소통 장애와 인구 감소의 가능성"
"고래의 SOS: 관광 선박의 소음이 킬러 고래의 미래를 위협합니다."
"바다의 심포니 보존하기: 고래 관광 소음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 완화하기"
"침묵의 소리: 관광 활동으로부터 고래 의사소통 보존하기"
"고래 관광 딜레마: 고래의 생존을 위한 관광과 보존의 균형 잡기"
더 흥미로운 건 다음 문답이었다. 퀴즈도 될까? 하고 문제를 내보라고 했더니, 된다.
can you give me some quiz from the article? 이 지문에서 퀴즈도 내줄래?
ChatGPT
Certainly! Here's a quiz based on the provided information:
What is the main issue caused by whale-watching boats?
a) Pollution in the water
b) Disruption of whale communication
c) Physical harm to the whales
d) Destruction of whale habitats
How do killer whales communicate with each other?
a) Visual signals
b) Scent markings
c) Sonic calls
d) Physical contact
What potential impact does whale-watching noise have on the world's whale population?
a) Decreased tourism revenue
b) Increased breeding success
c) Threat to the population's survival
d) Enhancement of hunting abilities
What is the main reason for the whales' difficulty in communicating hunting or breeding information?
a) Tourists' interference
b) Natural communication limitations
c) Declining whale population
d) Lack of suitable habitats
What activity attracts tourists to places where killer whales live?
a) Deep-sea fishing
b) Dolphin watching
c) Whale hunting
d) Whale watching
Answers:
b) Disruption of whale communication
c) Sonic calls
c) Threat to the population's survival
a) Tourists' interference
d) Whale watching
놀랍게도, 정답까지 제시해준다. 와 ChatGPT! 학원 선생님들에게 꽤나 요긴하게 쓰이겠는데!
그 뒤로 나는 몇가지 지문을 가지고 요약, 빈칸 퀴즈, 주제 등 여러가지 기능을 사용해봤다. 결론은 ChatGPT의 창의적인 문장 생성 능력으로 고등학교 내신에서 변별력 있는 출제로 애용되는 제목 및 주제 추론 유형 문제에서는 꽤나 효과적으로 학원 선생님들이 대비 문제를 준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 문제들에는 한계가 있다. 제목이라고 해서 모두 "적합한" 것들은 아니다. 또한 창의성 있는 답변에 비해 타당도가 떨어지는 응답들을 산출한다는 ChatGPT의 특성처럼, 퀴즈들 역시 동어반복적인 문항들, 단순한 T/F에 가까운 문항들이라 평균 수준의 고등학교 학력수준만 되어도 그리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문항들이 아니다. 애초에 미국의 영어 읽기 문제집 스타일에 가깝고 한국의 수능 모의고사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학교 교사는 이런 점을 고민해야 하지만, 교사들의 이런 고민의 틈새를 파고들어야 하는 학원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문항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출제의 타당도나 적합도를 고민해야하는 학교 교사보다 학원 선생님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점이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AI 활용 교육의 가정은 학습자가 방금 내가 해본 것 같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여러가지 학습자료를 스스로 생성하고, 그를 위한 밑준비를 교사가 해줌으로써 언택트 교육의 유산을 학교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에듀테크 기자재가 학교에 구비되어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면 교사도 편하고 학습자도 편하게, "개별화" 학습자료를 생성,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다.
일견, 그러한 입장은 타당하지만 문제가 있다. 영어교사들은 누구나 공감할 테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어교육이 활발하게 연구되어 온 연원이 있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대화형 인공지능이 존재했고, 영어 교육을 필요로 하는 빈곤층에게 언택트 교육의 비전이 제시된 바 있다. 대한민국 영어교육계에도, 당연히 그런 접근은 수차례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 노력은 성공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의지만 있으면 무료로 영어교육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각종 사이트가 넘쳐난다. 사실 인터넷 사전만 들어가도 아주 훌륭하게 영어학습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런 자원을 학습자가 개별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주 소수의 케이스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ChatGPT를 활용해본 뒤 이것을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보다는, 교과의 수행평가로 활용할 뜻을 굳혔다. 방법은 간단하다. AI를 활용해 다양한 학습과제를 산출한 뒤, 그것을 학습자료로 편집하도록 아이들에게 수행평가를 시행하는 것이다.


요렇게...아이들이 ChatGPT를 활용해서 학습지 2페이지를 편집 제작하도록 하면, 그래서 이걸 학생 1명당 1 지문을 미리 준비해놓으면? 그럼 아이들의 수만큼 독해문제집이 나오겠는데?
그럼 난 이거 모아서 제본만 하면 AI를 활용한 미래형 교과서 하나 뚝딱 아닌가? 오...인터레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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