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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7

홍차가게 소정의 사뿐한 여유로움 홍차가게 소정에 도착하면 뜻밖에도 정겹고 그리운 물상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옛 버스정거장이라니. 그것도 말끔하게 관리된. 이런 풍경은 조금 멀리 시골로 들어가야 볼 수 있지 않나 요즘. 가뜩이나 이곳까지 오는 길도 여유로운 호사다. 위쪽의 충복 보은에서 내려오는 길은 대청호반 도로고, 옥천에서 올라오는 길은 양쪽으로 가로수가 그득한 소로로, 사철 언제 오더라도 한적하게 오기 좋다. 소정이 자리잡은 곳은 대전에서 동쪽, 옥천에서 살짝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된다. 그 옥천은 대전시의 위성도시라고 할까, 행정구역상으론 충남도청 소재지였던 대전과 충북 옥천은 구분되지만, 어릴적 우리 가족은 옥천과 금산에 주말 나들이를 다녀오곤 했다. 아직까지도 위로는 금강과 대청호, 아래로는 큼지막한 .. 2023. 10. 23.
이 공간을 곁에 두고 싶다. 뉴욕커피상점 "여기 드셔보세요." "엇. 어엇. 감사합니다." 뜻밖의 목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비엔나 커피가 올려졌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제공하신 것이다. "어우 씨 우리 얘기 들으셨나봐." "어차피 원두도 살 거잖아. 그냥 마음 편히 마셔." "응 그렇긴 한데. 어유 거품 봐." 나는 민망함에 목을 움츠리며 아내에게 말했다. 커피가 맛이 좋아서 가게에 눌러앉을 기세로 있다가, 이쯤이면 비엔나커피도 먹어볼 거라던 이야기를 하던 참. 나는 비엔나커피의 거품을 조심스럽게 티스푼으로 한술 뜬 데미타세 잔을 들어 후루룩 마셨다. 아 이거 참 좋구만. 이 공간, 곁에 두고 싶구만. 이것은 지난 1월,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 겨울, 속초 반달살이 마지막 날에 우린 속초를 등지고 강릉으로 향했다. 여행 초기에.. 2023. 10. 23.
눈 오는 날 대청호, 롤라, 너에게 떡볶이는 무엇인거니 "어, 저 이거 빌려가도 되는 건가요?" "네 그거 가시기 전에 반납만 해 주세요. 벌써 하루 사이에 절반이 없어져서요." "아. 아아. 아하아. 네." 오전 10시 5분. 카페는 갓 오픈하여 빵을 구워 매대에 내고, 쏟아진 함박눈에 급히 대처하기 위하여 통행로에 박스를 까는 등 분주하다. 나는 짐을 풀고,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내가 주문을 하고 자기 블로그에 올릴 사진들을 취재하는 동안에 카페에 있던 산타 모자와 루돌프 머리띠를 빌려, 부리나케 밖으로 나왔다. 눈. 보기 드문 함박눈이 대전에 펑펑 내리고 있다. 부부동반 모임이 대전에 잡혔다. 12살에 고향을 떠나온지 벌써 30년이 되어가지만, 1년에 서너번은 와서 벌초도 하고 차례도 지내고 제사도 하고, 그래도 아직은 어디 가서 대전 사람이라고 .. 2023. 10. 23.
여행자들이 머물다 가는 곳, 카페 제레미 제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을 셋 정도 고른다면 중문과 성산 다음으로 애월을 꼽지 않을까. 문어라면집과 카페거리가 형성된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 그 분주함을 지나치면 작디 작은 카페 하나가 마치 자기 모습을 감추려는듯 전봇대와 가로수 너머로 자리잡고 있다. 모르면 영양 모를 것처럼 생긴 이곳, 제레미에는 “닫힌 것처럼 보이지만 열려있습니다.”라는 글씨가 문 앞에 붙어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바 자리에 한 다섯명, 테이블 자리에 또 한 다섯. 주인장 바리스타는 두분이니 사람이 한 다스만 들어가도 꽉차는 작은 카페다. 우리는 바 끄트머리에 마침 두 자리가 나서 입장과 동시에 안내를 받았다. 겨울 비수기이기도 하고 이곳이 그 맛에 비해서는 너무나 조용히 숨어있는 카페라, 웨이팅 없이 앉.. 202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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